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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플랫폼과 기생충의 공통점 빈부격차, 인간성, 생존 법칙

by kimibomi 2025. 12. 5.

더 플랫폼과 기생충의 공통점 사진

영화 '더 플랫폼'과 '기생충'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제작된 작품이지만,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사회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더 플랫폼'은 스페인의 SF 스릴러 영화로, 수직 구조의 감옥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생존기를 통해 계층 문제와 분배의 불평등을 다룬다. 반면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가난한 가족이 부유한 집안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빈부격차, 계급, 그리고 인간 본성을 조명한다. 이 두 영화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출발했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한 공통점을 지닌다. 본 글에서는 두 영화가 어떻게 빈부격차를 시각화하고, 인간성의 민낯을 드러내며, 생존이라는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묘사했는지를 깊이 있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더 플랫폼과 기생충의 빈부격차

'더 플랫폼'과 '기생충'은 모두 빈부격차를 중심 테마로 삼고 있지만, 그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더 플랫폼'은 철저히 상징적인 세계관을 통해 계층 구조를 시각화한다. 1층부터 300층까지 존재하는 수직 감옥은 곧 사회 계층을 은유하며, 위층에 위치한 사람일수록 많은 음식을 먹고,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음식이 거의 도달하지 않는 구조는 분배의 불공정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부의 편중, 정보의 독점, 기회의 불균형을 암시한다. 상위층 사람들의 이기심과 하위층 사람들의 절망은 곧 현실 사회의 축소판이다. 반면, '기생충'은 보다 현실적인 방식으로 계층 차이를 묘사한다.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 방과 박 사장 가족의 언덕 위 고급 주택은 단순한 공간 배치를 넘어, 시각적으로도 명확한 위계 구조를 형성한다. 특히, 폭우가 내리는 장면에서 부자들은 파티를 즐기는 반면, 가난한 가족은 오물이 넘치는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 현실은, 누가 재난 속에서도 안전하게 보호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계층 간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시각화하며 관객에게 사회 불평등의 현실을 강하게 인식시킨다. 이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생존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성

두 작품은 모두 인간이 극한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날카롭게 묘사한다. '더 플랫폼'은 하루에 한 번 음식 플랫폼이 내려오고, 층에 따라 음식의 양이 결정되는 시스템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처음엔 나누자는 이상을 가진 인물도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을 위해 폭력을 택하거나, 더 이상 타인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인간의 도덕성과 윤리는 생존의 필요 앞에서 무너지고, 감옥 속에서 점점 더 짐승처럼 변해가는 모습은 자본주의 경쟁 사회 속 인간의 민낯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기생충'에서는 이기심과 본능이 보다 은밀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기택 가족은 살아남기 위해 박 사장 집안의 기존 인력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다. 처음에는 불쌍한 가족처럼 보였던 이들이, 기회가 생기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지하실에서 살고 있던 또 다른 하층민 부부를 몰아내는 장면은 계층 간 연대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두 영화는 모두 ‘도덕보다 생존’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인간 본성이 얼마나 유연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결국, 극한의 환경은 인간에게 ‘착한 선택’을 할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시스템 속에서 선택하는 생존 법칙

생존은 두 영화의 핵심 테마다. '더 플랫폼'은 생존 그 자체가 모든 규칙을 대체하는 세계다. 이곳에서 인간은 체계적 분배가 아닌 운에 따라 배치된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택해야 한다. 누군가는 협동을 시도하지만, 대부분은 자신만의 생존 법칙을 만든다. 아래층에 있을 땐 어떻게든 굶지 않기 위해 절도나 폭력, 심지어 식인을 감수하고, 위층에 올라가면 이기적인 만족에 취한다. 시스템은 끊임없이 사람을 시험하고, 그 안에서 윤리는 갈수록 사라진다. 상층에서 더 많이 먹는 사람들은 ‘지금 먹지 않으면 다음에 못 먹는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는 현대인의 소비 심리와도 맞닿는다. '기생충'에서의 생존 전략은 훨씬 더 정교하고 계획적이다. 기택 가족은 직접적인 폭력을 쓰기보다는, 사회의 규범을 교묘히 이용해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간다. 가짜 이력서, 연기력, 심리전 등 다양한 ‘비폭력적 무기’를 활용해 부자 가정에 스며든다. 이는 현실 사회에서 하층민들이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체제에 적응하거나 침투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도 영구적이지 않다.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다시 사회의 하층으로 추락하게 되고, 이는 체제 내에서 진정한 상층으로 올라설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의미한다. 두 영화는 모두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매우 제한적이며, 그 속에서 윤리와 도덕은 종종 생존이라는 명제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더 플랫폼'과 '기생충'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회를 그려내지만, 공통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빈부격차, 인간 본성, 생존 경쟁의 문제를 진지하게 조명한다. 두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사회 비판 도구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어쩌면 이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복잡하며, 체계적일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단지 공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한 인식의 확장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당신이 지금 어떤 ‘층’에 있든, 이 시스템을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변화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