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영화 *디벨레(De l'autre côté du périph)*는 단순한 감동 실화극을 넘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복합적 이슈를 한 편의 인간 드라마 속에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장애, 인종, 계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이 글에서는 디벨레가 담고 있는 다층적인 상징성과 사회적 함의를 세부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실화에 담긴 감정적 상징성을 보여주는 디벨레
디벨레는 실제 프랑스의 갑부이자 귀족 출신인 필립 포조 디 보르고와, 그의 간병인이었던 알제리계 이민자 압델 셀루 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실화 자체가 주는 감동도 크지만, 영화는 단순한 감동 그 이상의 구조를 지닌다. 디벨레는 이 두 사람의 만남이 단지 우연이 아니라, 서로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결정적인 순간이었음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영화 속에서 필립은 자신의 장애로 인해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일상을 버텨내는 존재다. 그러나 드리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그의 삶에 들어온다. 그는 필립을 동정하지 않으며, 불쌍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유쾌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이끌어간다. 이 과정에서 필립은 스스로를 ‘다시 사람’으로 느끼게 되고, 드리스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 감정적 상호작용은 ‘실화’의 사실성을 넘어선 ‘상징성’을 지닌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진정한 변화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영화는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한다. 디벨레는 두 인물의 만남을 통해, 전혀 다른 배경의 두 인간이 어떻게 ‘진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감정의 순수성과 삶의 전환점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프랑스 사회의 계층, 인종, 문화적 격차 문제 반영
디벨레가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중심 축은 바로 프랑스 사회 내의 계층 간, 인종 간의 간극이다. 필립은 프랑스 상류층 귀족으로, 고급 미술과 클래식 음악을 즐기며 전통적인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인물이다. 반면 드리스는 이민 2세대로, 실직 상태에 있으며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한 면접을 형식적으로 보러 온 청년이다. 이 두 사람의 삶은 물리적 거리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질 정도로 괴리되어 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가치관, 언어, 취향, 유머코드의 차이는 바로 오늘날 프랑스 사회가 겪고 있는 다문화 갈등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 갈등을 정면으로 부딪치기보다는, 상호 이해와 수용을 통한 공존이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드리스는 필립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필립은 드리스에게 ‘기회의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영화는 프랑스 사회가 간과해왔던 사회적 이동성과, 계층 간의 벽을 허무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드리스가 필립의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필립이 드리스의 가족사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단순한 감정선을 넘어 문화 간 공존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관객에게 조용히 던진다. 이는 단지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럽 사회 전반이 직면한 다문화 공존, 이민자 수용,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장애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철학적 메시지
장애를 다룬 영화는 종종 ‘극복’ 또는 ‘비극’이라는 서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디벨레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인생의 일부이며, 그 자체로 존엄성과 가치가 있는 삶임을 강조한다. 이점이 디벨레가 많은 영화와 차별화되는 핵심 포인트이다. 필립은 전신마비로 인해 물리적으로는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예민하고 지적인 사고를 유지한다. 드리스는 그를 한 사람의 '정상적인 인간'으로 대한다. 이것은 바로 ‘장애인을 인간으로 대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영화에서 장애는 더 이상 주인공의 슬픔이나 고난을 강조하는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독립성, 그리고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여정의 일부로 그려진다. 드리스가 필립의 신체적인 한계를 억지로 극복시키려 하지 않고, 그 한계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는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큰 전환점을 암시한다.
디벨레는 단순한 감동 실화극을 넘어, 프랑스 사회의 복잡한 현실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장애, 인종, 계층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내며, 상징적인 메시지를 풍부하게 담아낸다. 오늘날의 우리 사회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되돌아보게 하며, 관객 각자에게 삶과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단순한 영화 관람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의 거울로서 디벨레를 다시 한번 바라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