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인간의 많은 역할을 대체하는 오늘날, 우리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감정, 상처, 관계, 성장 등 인간 본연의 영역이 오히려 더 부각되는 시대, 영화 굿 윌 헌팅은 그런 질문에 선명한 답을 던집니다.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한 천재 청년과, 상처를 껴안은 상담자의 진심 어린 만남은 지금 시대에도 변함없는 울림을 줍니다. AI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고찰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조명해봅니다.
영화 굿 윌 헌팅을 AI시대에서 고찰
윌 헌팅은 수학과 물리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청년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천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그저 친구들과 어울려 노동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겉보기엔 자유로워 보이지만, 사실 그는 깊은 상처와 감정적 방어벽 속에 갇혀 있습니다. 특히 학대받은 과거로 인해 "자신이 사랑받을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며, 그로 인해 가까운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데 실패합니다.
이러한 감정 회피는 현대사회, 특히 AI 시대에도 공감되는 문제입니다. 감정을 다루는 것이 ‘비효율적’이라 여겨지고, 논리적 사고와 생산성이 우선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윌처럼 감정을 억누릅니다. 그러나 억눌린 감정은 결국 삶의 동기를 잃게 만들고, 자존감과 인간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윌의 캐릭터는 인간 감정의 복잡함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인공지능은 계산과 판단은 할 수 있어도, 어린 시절의 상처에서 비롯된 감정 저항이나, 그것이 관계 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까지는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윌은 모든 이론을 알고 있지만, 진심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가 성장하는 순간은 지식이 아닌 ‘감정’을 받아들이는 순간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AI는 흉내낼 수 없는 감정
영화에서 상담자 숀(로빈 윌리엄스)은 윌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인물입니다. 그는 이론적인 접근이 아닌, 자신의 상처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윌과 라포(신뢰 관계)를 형성합니다. 숀은 윌이 아무리 공격적인 말을 해도 흔들리지 않고, 위로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네 잘못이 아니야(It’s not your fault)”라는 단 한 문장을, 반복해서 말합니다.
이 장면은 상담이란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을 치유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주는 명장면입니다. 숀은 ‘논리’나 ‘도구’가 아닌 ‘진심’으로 다가갑니다. 이는 AI 상담 프로그램이 절대로 구현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AI의 알고리즘이라도, 인간의 삶을 함께한 인간의 감정을 따라하지 못합니다.
숀은 자신의 과거를 감추지 않고 윌에게 드러냅니다. 자신도 아내를 잃었고, 감정적으로 무너졌으며, 그런 시간을 겪으며 어떻게든 살아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윌은 처음으로, 자신보다 더 깊은 상처를 가진 어른을 마주하게 되고, 방어를 허물게 됩니다.
AI는 공감하는 ‘척’은 할 수 있지만, 살아낸 감정은 없습니다. 감정을 담아내는 데에는 ‘경험’이 필요하고, 상담이란 그 경험을 나누는 작업입니다. 굿 윌 헌팅은 그 점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공감’과 ‘관계 회복’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인간의 결국 관계를 지향한다.
영화의 마지막, 윌은 고급 연구기관의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 ‘스카일라’를 찾아 떠납니다. 그는 말합니다. “I gotta go see about a girl.” 이 한 마디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돈, 명예, 성공보다 더 큰 동기는 ‘사람’이며, 인간은 관계를 통해 존재를 확인합니다.
AI 시대가 되면서, 효율적인 선택과 자동화된 결과가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핵심적인 결정은 결국 ‘감정’과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굿 윌 헌팅은 이것을 아주 정제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윌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해 관계를 거부하던 사람이지만, 상담자의 진심과 애인의 신뢰를 통해 변화합니다.
이 변화는 인간에게만 가능한 것입니다. ‘정보’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대화’가 내면을 바꾸며, ‘진심’이 벽을 허물게 합니다. 윌의 여정은 단순한 천재의 성장기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다움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감정과 진심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위로와 관계, 감정의 터치가 필요한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굿 윌 헌팅은 그 점을 가장 인간답게 말해주는 영화입니다.
굿 윌 헌팅은 천재 청년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간 내면의 회복을 다룬 깊은 심리 영화입니다.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이 영화는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습니다. 상담자의 진심, 감정을 받아들이는 용기, 관계를 선택하는 결단—all of this—모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어떤 기술도 대신할 수 없는 이 ‘인간다움’이 지금 우리에게 더 절실한 가치라는 것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전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