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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판타스틱 문명 밖의 삶 진정한 교육 사회적 기준의 충돌

by kimibomi 2025. 12. 27.

캡틴 판타스틱 사진

남들과 똑같은 길을 걷지 않으면 틀린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나는 가끔 사회가 정해놓은 매뉴얼에 나를 맞추려 애쓰다 지칠 때면, 영화 캡틴 판타스틱이 보여주는 파격적인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며 나만의 기준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 도시 문명을 거부하고 숲 속에서 야생의 삶을 선택한 벤과 여섯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밖의 삶이 가진 찬란함과 위태로움을 동시에 조명한다. 지식보다는 생존을, 순응보다는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는 벤의 방식은 진정한 교육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이들의 이상적인 세계가 현실과 마주하며 겪는 사회적 기준의 충돌은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와 지켜야 할 현실 사이의 경계선을 묻는다. 오늘은 이 특별한 영화가 나의 가치관에 던진 질문들을 기록해 보려 한다.

캡틴 판타스틱 속 문명 밖의 삶

캡틴 판타스틱에서 벤과 아이들은 숲 속에서 아침마다 훈련을 하고, 쇼팽과 마르크스를 토론하며 자신들만의 소우주를 구축한다. 이러한 문명밖의 삶은 편리함보다는 불편함 속에서 얻어지는 정서적 풍요를 강조한다. 나 역시 예전에 복잡한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껴 한 달 정도 시골에서 고립된 채 생활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느꼈던 것은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비로소 나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영화 속 아이들이 콜라를 '독이 든 물'이라고 부르며 거부하는 장면은,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온 문명의 혜택들이 어쩌면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문명밖의 삶은 필연적으로 고독을 동반한다. 벤은 아이들을 강하게 키우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이 누리는 소소한 문화나 관계 맺기에는 서투른 모습을 보인다. 나도 나만의 고집을 피우느라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톨이를 자처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지키려던 가치가 타인과의 단절보다 중요한 것이었는지 끊임없이 자문했다. 영화는 숲 속의 낙원이 외부 세계와 단절되었을 때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을 벤의 아들과 삼촌의 갈등을 통해 날카롭게 파헤친다. 결국 문명밖의삶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수많은 가치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정답은 아니다. 벤이 아내의 죽음 이후 세상 밖으로 나가는 과정을 보며, 나는 진정한 자유란 고립된 숲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지키는 힘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역시 이제는 삭막한 세상 탓을 하기보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하면 나만의 숲을 일궈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성숙함을 배우고 싶다. 숲은 장소가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신념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

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고, 죽음과 섹스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토론하며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 이러한 진정한교육은 주입식 정보 전달이 아니라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는 데 목적이 있다. 나도 학창 시절에 성적만을 위해 죽은 지식을 암기하며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느꼈던 적이 많다. 만약 그때 누군가 나에게 "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질문해 주었다면, 나는 조금 더 일찍 나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여덟 살짜리 막내가 권리장전을 읊는 장면은 암기보다 이해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교육의 본질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벤의 진정한 교육 방식은 아이들에게 너무 일찍 어른의 무게를 지우는 잔인함을 보이기도 한다. 위험한 암벽 등반을 강요하거나 현실 세계와의 소통 방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아이들의 선택권을 박탈한 또 다른 형태의 강요가 아닐까. 나도 내가 옳다고 믿는 신념을 주변 사람들에게 관철하려다가 오히려 상처를 주었던 경험이 있다. 교육이란 누군가를 내가 원하는 틀에 넣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진 고유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곁에서 기다려 주는 인내의 과정임을 영화는 벤의 후회를 통해 보여준다. 진짜 배움은 책장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일어난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각자의 공부를 이어가는 모습은, 진정한 교육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탐구임을 증명한다. 나 역시 이제는 정해진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내가 정말 궁금해하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려 한다. 배움이란 끝이 있는 마라톤이 아니라 평생을 거쳐 나를 완성해 가는 즐거운 축제여야 한다.

사회적 기준의 충돌

벤의 가족이 장례식장에 나타나 원색의 옷을 입고 소동을 피우는 장면은 사회적 기준의 충돌을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대목이다. 세상을 떠난 아내의 유언을 지키려는 벤과 보수적인 장인어른의 대립은, 개인의 신념과 사회적 관습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묻는다. 나도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부당한 요구에 맞서고 싶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두려워 적당히 타협하고 뒤돌아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 있다. 벤의 무모함은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소신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용기가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사회적 기준의 충돌 속에서 벤은 결국 자신의 방식이 아이들에게 해가 될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머리를 깎는다. 이것은 굴복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완고함을 내려놓는 성숙한 후퇴였다. 나도 나만의 정의감에 취해 주변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오만함을 반성하며, 진정한 소신은 타인과의 접점을 찾는 유연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 세상은 혼자 사는 곳이 아니며, 나의 다름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타인의 평범함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영화는 벤의 가족이 도시의 평범한 집에서 살되, 여전히 자신들만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대화하는 결말로 사회적 기준의 충돌을 매듭짓는다. 극단적인 도피도, 맹목적인 순응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찾아낸 것이다. 나 역시 사회가 정해준 정답지에 연연하지 않되, 세상과 소통하는 끈은 놓지 않는 지혜로운 삶을 살고 싶다. 캡틴 판타스틱은 나에게 남들과 다르게 살 권리와 동시에, 그 다름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겸손함을 가르쳐주었다. 캡틴 판타스틱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 삶의 캡틴인가? 문명밖의 삶처럼 파격적인 선택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매 순간 사회적 기준의 충돌 앞에서 나만의 선택을 해야 한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내가 믿는 가치를 위해 싸울 용기를 얻었으며, 동시에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유연함의 중요성을 가슴에 새겼다. 오늘 당신을 억누르는 사회적 압박이 있다면, 벤의 아이들이 불렀던 찬가처럼 당신만의 자유로운 노래를 불러보시길 바란다. 우리가 진심으로 우리 삶에 충실할 때, 그 어떤 험난한 세상도 우리만의 찬란한 숲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